CEO컬럼
  • 홈  >
  • 문화  >
  • CEO컬럼
[아침을 열며] 기다림의 미학
얼마 전 아들을 데리고 병원에 갔다. 10살 된 아들인데 학업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소리를 주변에서 들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씀을 잘 안 듣는다는 이야기를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또 아들 방은 항상 어지럽다. 제대로 정리를 하지 않는다. 매일 “엄마! 일기장 어디 있어” “과학책 어디 있어”라는 소리가 집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 엄마는 황당해한다. 정리라고 하면 ‘한 정리’ 하는 깔끔한 성격의 엄마는 답답하기만 했다. 그런 일을 당할 때마다 항상 나를 쳐다본다. “저놈 누구 닮았지”라고 하면서 말이다. 공부라고 하면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부부인데 아들이 학교에서 집중을 하지 않는다는 말에 충격이 있었다. 또 언제부터인가 아들에겐 눈을 자주 깜박거리는 버릇이 생겼다. 그러다가 또 시간이 지나가면 또 다른 버릇이 생기곤 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함께 병원으로 간 것이다.

반나절 정도 검사를 하고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했다. 사람마다 뇌의 성장 속도가 다른데 우리 아들은 집중도와 관련된 부분의 성장 속도가 다소 늦은 것 같다고 했다. 심하게 다그치면 안 된다고 했다. 대신 항상 이해해 주며 따뜻하게 안아줘야 한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 좋아진다고 했다. 옛말에 ‘늦게 트인다’는 그런 의미라고 했다. 병원을 갔다 온 이후 우리 집은 매우 평온해졌다. 우리 부부는 아들에게 관대해졌다. 다소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겨도 ‘아직 덜 자랐다고 하는데’라며 화를 삭인다. 그러다 보니 아들도 더욱 좋아졌다. 더 밝아졌고 눈을 깜박거리는 버릇도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벤처기업을 하다 보면 항상 사람 문제로 고민이 많다. 성공한 회사는 대부분 사람을 잘 쓴 회사다. 좋은 벤처회사처럼 회사 발전 속도가 빨라질 때는 직원이 회사 성장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사장의 눈높이는 나날이 높아지니 직원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그때마다 사장 머릿속에서는 사람 문제가 떠나질 않는다. 더 좋은 사람을 찾고 싶고 함께 일하고 싶어진다. 현재 직원이 성장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다그치거나 내치는 일이 허다하다. 아버지가 아들을 다그쳐서 성적이 좋게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과 같으리라.

최근 내가 경영하는 이상네트웍스도 많은 확장을 하고 있다. B2B 전자상거래의 결제 인프라를 많이 넓히고 있고 업종을 철강 등 원자재에서 건자재 등 중간자재로 넓혀가고 있다. 그때마다 아쉬운 것이 사람이다. 현재 직원에게 불만이 생겨나고 사장은 다시 외부 인력에 눈이 돌아간다. 스카우트를 하면 한 방에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올 것 같은 환상이 아직도 가끔은 생겨난다. 물론 현실은 항상 정반대였다. 현재 있는 직원을 더욱 잘 끌고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을 때가 많았다. 경험으로 얻은 나름의 지혜다. 많은 회사가 직원을 상대로 한 재교육 프로그램에 투자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일 것이다.

얼마 전 우리 회사에 외부 강사가 와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조그마한 의류회사로 출발해 창사 10여년 만에 1조원의 회사로 성장한 대단한 회사의 인사담당이었다. 그분이 강의 초반에 이렇게 이야기했다.

“회사 생활이 힘들 텐데 아침 7시에 나와 강의를 들으시는 여러분을 존경합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우리 회사 직원들이 다소 으쓱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직원들의 잠을 확 깨우는 강사님의 말씀이 이어졌다.

“제가 다니던 E회사는 이런 교육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전 7시에 받았습니다. 1류 대학을 나오든 3류 대학을 나오든 관계없이 직원의 능력이 상향 평준화가 돼 갔습니다. 그 직원들이 E회사가 인수합병한 수많은 회사의 주요 인물로 성장했습니다. 기다림과 교육이 그 회사의 성공 요인입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