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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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장수하는 CEO의 길
CEO라는 자리는 참으로 어려운 자리다. 모든 사람이 적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더는 믿을 구석이 없어 낭떠러지에 서 있는 기분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더욱 이런 쓸데없는 생각이 많이 든다. ‘사업하는 사람의 X은 개도 안 먹는다’는 속담의 속뜻을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다. 성공했을 때의 환희는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을 주지만 거기까지 가는 길은 매우 험하기 때문일 것이다.

예전에는 빠른 속도로 회사를 성공시킨 사장을 만나면 존경스러웠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로또에서 떼돈을 번 사람도 있지 않은가 싶은 생각이 많다. 대신 20년 30년 이상 사업을 지속하고 있는 CEO를 만나면 더욱 존경스럽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의문이 다시 이어진다. ‘왜 기업을 할까?’ 어떤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답할 것이고 사회환원 등을 통한 봉사활동을 목표로 일한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또 많은 CEO는 단순히 돈보다는 더 큰 목표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아직 언론을 통해 전해오는 일반인의 반응은 이와 다르다. 전 재산을 사회환원하고 칭송을 받는 사람은 대부분 평범한 국민이다. 라면집 할머니도 있고 폐품 수집 할머니도 있다. 반면 기업들이 기부를 하고 좋은 소리를 듣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어떤 그룹사 회장은 1조원 주식 기부의사를 밝혔지만 언론에서 칭찬 한마디 듣지 못했다. 개인비리 혐의로 구속되기 직전에 급하게 기부의사를 밝혔다가 호된 비난만 받았다. 천문학적인 금액의 기부를 발표하고도 언론으로부터 좋은 소리보다는 나쁜 소리를 더 많이 듣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참으로 기이하고 한심한 일이다. 누구에게 그 책임이 있을까. 기업의 잘못된 관행 때문일까, 아니면 국민의 쓸데없는 반기업정서 때문일까.

얼마 전 노벨평화상을 받은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 무하마드 유누스 총재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약간의 해답을 준다. 유누스 총재는 가난한 사람에게 재활자금을 대출해주는 마이크로 크레디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의 재활을 위해 무담보와 무보증으로 대출해 주는 것으로 얼핏 들으면 자선사업 같지만 그는 아니라고 강변한다. 일반적인 자선사업은 기부를 뜻하지만 그는 일방적인 기부는 언젠가 투입자금이 고갈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자금의 선순환이 이뤄져야 사업이 계속 영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대출과 함께 그는 가난한 사람들이 대출을 받아 재활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어 왔다. 그 결과 대출상환율이 일반 은행보다 높은 99%에 달해 그라민은행의 수익도 더욱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개념을 사용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우리에게 주는 함의는 참으로 큰 것 같다. 유누스 총재가 주장하는 가난한 사람이 그라민은행에는 고객이다. 이익추구만을 위해 앞뒤를 가리지 않다가 어느 날 갑자기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활동 자체가 기부 프로그램이다. 경영자체가 기부행위인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유사한 회사가 여럿 있다. 그중 하나가 유한킴벌리다. 유한킴벌리는 벌목을 하는 사업이다. 벌목해서 만든 펄프로 종이와 기저귀를 만드는 ‘환경파괴산업’이다. 그러나 유한킴벌리는 벌목을 ‘조림을 위한 벌목’으로 자리매김하고 환경친화산업으로 탈바꿈했다. 게다가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내용을 듣다 보면 무릎이 쳐지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기업의 올바른 기부행위는 사업모델 속에 녹아 있는 기부행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벌그룹과 같은 대기업에는 중소협력사와의 상생(相生)프로그램이 최고의 기부행위다. 중소협력사와의 공존을 통한 번영이 사업목적이 되면 더욱 길게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일만 잘하면 특별한 ‘기획기부행위’를 하지 않아도 국민에게서 칭송을 받을 것이다. 이러한 풍토가 사업을 30, 40년씩 영위하는 ‘장수하는 CEO’를 만드는 길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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